스물하나. 단어, 말, 언어
난 인생에서 아직 기억하고 책을 열심히 읽은 적이 2번 있는데 한 번은 중고등학생 시절, 또 다른 한 번은 군대에서였다.
난 고등학교 무렵 공부에서 도망가기 위해 소설을 즐겨읽었다. 당시에 읽었던 소설은 그 유명한 주홍색 연구, 네 개의 서명부터 베르나르베르베르의 파피용, 에드거 앨런 포의 황금충, 검은 고양이 등 미스테리와 추리 소설을 주로 읽었다.
군대에서는 심심해서 읽은 헝거게임 1편, 메이즈러너, 히가시노 게이고의 몽환화, 베르나르베르베르의 카산드라의 거울, 무라카미 하루키의 해변의 카프카 등 고등학생 때에 비해서는 좀 더 이것저것 읽은 느낌이다.
아무튼 그렇게 읽은 소설 중 '카산드라의 거울'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출근 길에 유튜브 쇼츠에서 '비트겐슈타인의 말'에 대한 영상을 보았다. 내용은 간단하게 말하자면 어떤 단어가 존재하지 않으면 인간은 그것을 느낄 수도 없다. 라는 느낌의 말이었다.
그 예시로 어떤 집단이 '시기'라는 단어를 모르면 누군가를 '시기'하는 감정이나 행동이 없다. 그런 내용을 이야기하는 영상이었는데 과거에 읽은 '카산드라의 거울'이 생각나더라.
이 소설의 내용은 미래를 예언하는 능력이 있는 소녀에 대한 이야기인데 사실 세세한 내용을 기억하고 있기보다는 단편적으로 뇌리에 박히는 이야기들이 머릿속에 남아있다.
그 이야기 중 하나가 소녀의 부모는 어떤 연구가 였는데 그 연구의 내용은 '인공적인 천재의 생산'으로 기억한다. 우리는 가끔 자폐아들이 예술과 같은 분야에 천재성을 보이거나 큰 두각을 드러내는 경우를 본적이 있다. 그렇기에 이 소녀의 부모들은 자폐아를 강제로 만들어서 천재적인 인물을 배출해내는 것이 어떤가?라는 생각으로 연구를 진행했고 소녀 또한 그 대상이 된 것이다.
연구의 상세 내용은 대략 기억나는 내용은 대략 아래와 같았다.
1. 아기 앞에서는 절대 말을 하지 않을 것
2. 말 없이 풍부한 사랑을 표현할 것
소설에서 이야기하길 아기는 자신과 세상의 구분이 명확하지 않다고 한다. 아기가 세상과의 구분을 가지게 되는 순간은 자신의 이름이 생기고 그 이름으로 불렸을 때 자신을 확정 짓게 되며 비로소 세상과 자신을 구분할 수 있게 된다. 이름 뿐만 아니라 물건에 대한 명칭 부터 시작해서 '단어' 혹은 '말'을 하는 순간 부터 그 구분이 시작되기에 그것을 부모가 통제함으로써 인공적으로 자폐아를 만드는 것이다.
결국 소녀는 충분히 말을 익혀야할 나이에 말을 익히지 못하고 성장하여 말을 익혔고 말을 익히지 못한 기간동안 자폐아로 살며 '미래를 예견하는 능력'을 익히게 된 것이다.
위의 내용이 소설의 가장 핵심적인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미래를 예측한다는 능력이나 강제적으로 자폐아를 만든다는 말은 터무니 없지만 "아기가 세상과 자신을 구분 짓기 시작하는 것은 이름이 생겼을 때"라는 부분 만큼은 꽤나 신선하고 충격적으로 다가왔다. 되게 별거없는 말이고 단어지만 현 세상에서 그것들은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
오죽하면 국립국어원 같은 기관이나 국어국문학과와 같은 학부들이 따로 존재할 정도니 거기다 위에서 언급한 비트겐슈타인은 언어 철학자라고 한다.
우리가 막연하게 '언어는 중요하지' 라고 하지만 그게 왜?라는 생각은 해보지 않고 나도 마찬가지 였지만 소설을 통해 나름 그 개념이 적립되었던 나름 귀한 경험이다.
나는 단어의 변질은 일어나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단어는 시대에 따라 변화하고 지역에 따라 변화할 수는 있다. 아니 그게 당연하고 자연스러운거지만 어떠한 명분도 없이 변질이 발생하는 경우가 있고 그런 부분은 꽤나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 예시 중 하나가 개의 품종인 '보더콜리'를 '브로콜리'라고 부르는 것이다. 사실 최초로 그렇게 부르기 시작한 사람은 뭔가 재치있고 재밌게 표현하려고 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건 아는 사람 입장에서 그런거고 인터넷이 굉장히 발달한 지금 '보더콜리'를 모르고 '브로콜리'라고 이야기하는 사람이 분명 존재할 것이고 그런 사람들이 최근 많이 비판 받는 문해력이 부족한 아이들이 태어난 것이다.
아침에 문득 그런 영상과 사건들을 보고 든 생각을 정리해서 작성해보았다. 이렇게 글을 쭉 적어보니 '카산드라의 거울' 소설은 나에게 상당히 의미 있었던 소설이었던 것 같다. 추후에도 이런 느낌으로 내가 읽었던 책이나 겪었던 경험에 대해서 상세하게 적어보도록 하겠다.